"리튬은 돈 찍어내는 면허"…배터리社 이어 완성차 업계도 탐낸다

입력 2023-02-15 18:02   수정 2023-02-23 17:08

“리튬은 전기차 전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한 완성차 제조업체들의 전쟁터가 되고 있다.”

미국 최대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가 지난달 31일 리튬 광산업체인 리튬아메리카스에 5000만달러(약 8004억원)를 투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미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이같이 평가했다. ‘희귀금속(rare metal)’이 무기가 되는 시대 특히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리튬이 주목받고 있다. 리튬은 전기차 배터리 생산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핵심 광물로 ‘하얀 석유’로도 불린다.
전기차업체들 리튬 확보 경쟁

리튬은 개발에만 4~7년이 소요되는 만큼 생산량 확대에 한계가 있다. 과거엔 배터리 제조사가 리튬 투자에 열을 올렸다면 최근엔 완성차업체들도 리튬 공급망 확보를 위해 뛰어들고 있다.

2차전지에 사용되는 리튬은 탄산리튬과 수산화리튬으로 구분할 수 있다. 탄산리튬은 에너지 용량과 밀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중국계 제조사가 생산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 주로 쓰인다. 수산화리튬은 에너지 밀도와 용량이 높아 국내 업체의 주력인 삼원계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에 들어간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배터리용 리튬 수요는 지난해 52만9000t LCE(탄산리튬 환산 기준)에서 2030년 273만9000t LCE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금액으로는 같은 기간 132억1600만달러(약 16조7800억원)에서 821억6400만달러(약 104조원)로 늘어날 전망이다.

중요성이 커지면서 리튬 공급망을 노리는 미국 자동차 회사는 GM뿐만이 아니다. 포드자동차는 지난해 6월 호주 광산업체 라이언타운과 계약을 맺고 내년부터 리튬을 공급받기로 했다. 이보다 앞서 미국 최대 전기차업체 테슬라는 2020년 9월 피에드몬트 리튬과 북미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또 텍사스주에 리튬 정제공장 건설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리튬 정제사업을 ‘돈 찍어 내는 면허(license to print money)’라고 표현했다.

중국 완성차 기업도 적극적이다. 중국 최대 전기차업체 BYD(비야디)는 지난해 8월 중국 최대 리튬 매장 지역인 장시성 이춘에 285억위안(약 5조2907억원)을 투입해 신규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또 아프리카 리튬 광산 6곳의 개발권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신생 전기차업체 니오는 지난해 9월 호주 리튬 광산회사 그린윙 리소스의 지분 12%를 사들였다.
국가 간 주도권 싸움도 치열
현재 배터리용 리튬의 주도권은 중국이 쥐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채굴된 리튬이 저렴한 생산비와 낮은 환경 기준을 갖춘 중국으로 운반된 뒤 리튬 화합물로 제련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지질조사국(USGS) 집계에 따르면 2020년 중국의 리튬 생산량 세계 점유율은 16% 정도로 호주(48%), 칠레(26%)에 비해 낮다. 하지만 제련·가공 단계에서는 점유율이 65%(2022년 기준)로 높아진다. 2~3위인 칠레(17%), 아르헨티나(9%)와도 격차가 크다. 리튬 국제 가격도 달러가 아닌 위안으로 표기될 정도다. 국제 리튬 가격은 최근 3년간 수급 불균형으로 급등했다. 2020년 초 ㎏당 38위안대에 거래된 리튬은 지난해 11월엔 590위안으로 15배 넘게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 등의 우려로 올해 들어 다시 470위안대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은 가격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리튬 가격이 급등하면서 생산 주도권을 놓고 세계 각국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현재 리튬 화합물 생산국 1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달 15일 네바다주에서 리튬 채굴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아이어니어에 최대 7억달러(약 8700억원) 자금 대출을 승인했다. 제임스 캘러웨이 아이어니어 회장은 “미국 정부가 리튬 광산 개발에 나서라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리튬 생산을 주도했다. 하지만 채산성이 낮고 정제 과정에서 환경오염을 일으킨다는 논란 때문에 생산 주도권을 뺏긴 상태다.

유럽연합(EU)은 다음달 ‘핵심원자재법(CRMA)’을 추진할 계획이다. EU 역내에서 만든 원자재를 사용한 제품에 세금·보조금 혜택을 주는 내용이 포함된다. 법안 통과 시 각종 규제로 막혔던 유럽의 광물 자원 개발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 프랑스, 체코, 포르투갈 등 유럽 각국의 기업들은 리튬 채굴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아르헨티나, 칠레, 볼리비아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슷한 방식의 동맹을 결성해 가격 책정 방식을 논의하는 ‘리튬판 OPEC’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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